……
나는 절대적으로 당신 곁에 가고 싶고, 당신이 나를 불러주지 않으니, 왜 이렇게 당신이 그리운지. 당신이 아니면 마이애미의 푸른 하늘도, 푸른 바다도,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도 내겐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아무리 궁전 같은 집인들, 거기가 천국보다 아름다운들 당신이 없으면 내겐 그저 벽에 걸린 그림과 같을 뿐.
괜찮지 않아. 보고싶어.
나는 그저 배나오고 뚱뚱한 아줌마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멋진 사람 같아. 예쁘고 아름답기까지 한 것 같아. 그렇지 않은 줄 알지만 그런 것 같아.
두 달 동안은 당신이 보고 싶어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도 안 되고, 하여튼 잘 지내야 되고, 그래야 훌륭한 엄마니까. 당신한테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땡깡 다 놓고 해도 아이들한테 나는 엄마니까.
잘 지내는데, 자꾸 눈물이 나네 당신이 별로 안보고 싶을 줄 알았는데, 편지 쓰니까 자꾸 생각나네.
또 쓸게요.
마이애미에서 당신의 아내
……
당신이나 나도 그렇지요. 처음엔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 살아가면서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고, 당신이 점점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내 살 같은 사람이 되었지요. 살아갈수록 서로 믿고 존경하는 사이가 되었지요. 한 인간에 대한 끝없는 신뢰가 낳는 그 길고 긴 여정이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학교에 와서 교실 청소하고 나서 이 글 쓰다 보니, 어느새 안개가 걷혔네요. 오늘도 화창한 날입니다.
남편
김용택, 김은영 /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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