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달은 혼자 노래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건 노을은 타고 흐르는
바람의 플롯과 나무들의 피아노 연주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혼자서는 뭔가 부족했다는 거
독주로는 비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는 거
혈점을 짚듯 가로등이 켜진다 저렇게 몰두하지 않으면 저녁은 완성되지 않는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묵언수행과 온종일 불 켜진 편의점의 고행에는 신의 가호가 스며있다
그런 거다 혼자가 아니고 싶으면 완벽하게 혼자여야 한다 별은 별로 달은 달로 바람과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제 갈 길을 운행해야 한다 이 지구에선 쉽게 고독할 수 없다
인간은 좀 더 떨어져 있어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이별은 얼마나 가까운 간극이었단 말인가
그러니 나와 취향이 같으면 좋겠어 그건 함께 고독해지는 일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시고 산책길 나무는 꼭 고개 들어 올려보고 절판된 책과 담배와
듣지도 않는 레코드를 수집하고 달력에는 절대 메모하지 않고
그건 서로 쓸쓸해지는 일
저녁의 교향곡을 같이 듣는 일
듣다가 차례가 되면 너를 연주하고 너는
나를 지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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