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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김이강 - 마르고 파란


아무튼 간에 너의 목소리가 나직나직하게 귀에 걸려 있다

우동 먹다 말았어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이라니,

이런 묘사는 너무 외로워


처음엔 모든게 크고 멋진 일이지만

나중엔 그런 것들도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거라고

쓸쓸히 말하던 사람도 있었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아달라고 당부하던

마르고 파란 셔츠 입은 사람을 묘사하는 너에게

그 말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헤어진 애인처럼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우리 사이에 남겨진 말들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해

쓰지 않는 그것들을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할 줄 아는 너를,


너를

당장에 찾아가려 했어

그렇지만 잠깐 멈춰서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을 알고 있는 어떤 당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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